본문 바로가기

🎬 드라마 리뷰/넷플릭스 &웨이브 리뷰

폭싹 속았수다 8화 리뷰|비 오는 날, 말 없이 건넨 손… 드디어 맞잡은 위로

🌧️ 폭싹 속았수다 8화 리뷰|비 오는 날, 말 없이 건넨 손

《폭싹 속았수다》 8화는 유난히 조용했다. 전편의 극적인 장면이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 없이, 오히려 숨죽인 감정들이 아주 천천히 흘러나왔다. 그 속도마저도 마치 비가 내리는 리듬 같았다.

이 드라마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과하지 않음'을 무기로 삼는다. 과장된 울부짖음 대신 숨죽인 한숨, 눈물보다도 깊은 침묵. 그리고 그 중심에 이번 화의 주제, '말 없이 건네는 손'이 있다.

💔 애순의 독백, ‘그 애가 웃던 날이 기억나더라…’

애순은 말수가 적어진 채, 아들의 물건을 하나씩 정리한다. 그 장면에서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카메라는 그녀의 손끝, 눈빛, 숨소리를 오래 비춘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연다.

"그 애가 웃던 날이 기억나더라. 학교 마치고 뛰어오던 그 모습이... 웃으면서 나한테 손 흔들던."

그 말 한마디에, 시청자의 가슴이 저릿해진다. 배우의 연기와 함께 배경음 없이 흘러가는 이 장면은 눈물보다 더 큰 슬픔을 전한다. 애순은 계속 정리를 하다가, 갑자기 손을 멈추고 울지 않으려 애쓴다. 고개를 돌려 눈을 감고, 들숨을 크게 쉰다. 그 장면이 이 드라마의 감정선을 가장 정확히 보여준다.

🧍‍♂️ 관식의 한마디, ‘나도 기억나.’

늘 말없이 무거운 분위기만 자아내던 관식은 이번 회차에서 처음으로 '공감의 언어'를 꺼낸다. 식탁에 마주 앉은 부부는 그날따라 반찬을 먹지 못하고 숟가락만 만지작거린다.

그리고 관식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나도... 기억나. 웃던 얼굴이 제일 기억나."

그 말에 애순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관식을 바라본다. 대단한 말이 아니었지만, 이 대사는 지금까지 이어진 부부의 '각자의 고통'이 처음으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이 장면의 배경엔 음악도, 카메라 움직임도 없다. 오직 배우들의 눈빛, 호흡, 그리고 정적만이 흐른다. 감정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딱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조심스러운 공감'이다.

☔ 빗속에서, 처음으로 맞잡은 손

8화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관식은 우산도 없이 혼자 집 앞에 서 있다. 그에게 다가온 애순. 말없이 우산을 들어 함께 비를 피한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내민다.

관식은 그 손을 잠시 바라보다, 결국 조심스럽게 잡는다. 그 순간, 아무 대사 없이 조용히 빗소리만 들린다. 음악도 감정선도 다 배제된 채, 손바닥 사이로 흐르는 온도만이 전달된다.

"비가 내려서 그런가. 오늘은 손이 따뜻하더라."

이 대사는 없었지만, 시청자의 머릿속에서 저절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문장이다. 이 장면 하나로 지금까지 무너진 감정선이 다시 연결된다.

🌱 회복의 시작, 그러나 여전히 먼 길

이번 화는 두 인물이 처음으로 진심을 마주한 에피소드이자, 회복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복은 쉽게 완성되지 않는다. 집 안에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자들이 남아 있고, 시어머니는 여전히 말이 없다. 주변 사람들은 조심스럽기만 하고, 부부는 한 발짝씩만 내딛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들이 보여준 '마주 보기'는 중요하다.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 혼자 견디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기대는 법을 배우는 것. 이건 진짜 '살아가는' 방식이다.

📌 명대사 TOP 3

  • "그 애가 웃던 날이 기억나더라."
  • "나도... 기억나."
  • (비 오는 날, 말없이 잡은 손)

📍 총평

《폭싹 속았수다》 8화는 소리 없는 울림이 있었다. 눈물을 억지로 끌어내지 않지만, 눈가가 젖어 있는 시청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말 없는 손 하나가 전하는 위로. 그것은 모든 대사보다 강했다.

누군가와 함께 슬퍼하고, 함께 견디고, 함께 손을 내미는 것. 바로 그것이 치유의 시작임을, 우리는 이번 화를 통해 다시 배운다.

"슬픔은 혼자보다, 둘이 버텨낼 때 덜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