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싹 속았수다 10화 리뷰|잊는 게 아니라 익숙해지는 중이야
10화는 처음으로 고요한 일상이 펼쳐진다. 사건이 터지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울부짖는 장면도 없다. 하지만 이 화는 지금까지 중 가장 뭉클하다. 드라마는 말한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무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애순과 관식 부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평범한 하루를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떠, 밥을 짓고, 밭일을 하고, 시장에 다녀온다. 하지만 시청자는 안다. 그 평범함이 얼마나 힘든 건지, 그 뒤에 감춰진 감정이 얼마나 많은지를.
🥣 애순의 국물에 떨어진 눈물
아침 식사 준비를 하며 애순은 국을 끓인다. 김이 올라오는 냄비 앞에서 그녀는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오늘은… 눈물이 안 났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눈물이 조용히 뺨을 타고 흘러 국자로 떨어진다. 이 장면은 너무나 조용하지만, 폭발적인 감정이 담겨 있다. 익숙해졌다고 믿고 싶지만, 감정은 아직 제자리에 있다.
🧑🌾 관식의 발걸음, 익숙한 길에서 멈추다
밭일을 나선 관식은 평소처럼 일하고, 동료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눈다. 잠시 웃는 듯한 장면도 나온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는 문득 멈춰 선다. 아들의 자전거가 있던 길목이다.
관식은 그 길을 한참 바라본다. 그리고 손에 흙을 집어 든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
그 말은 마치 자신에게 하는 듯한 혼잣말이다. 그는 흙을 내려놓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그 짧은 장면 하나로 관식의 감정이 얼마나 복잡한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 먼지 쌓인 가족사진, 잊힌 웃음
청소 중이던 애순은 먼지 낀 가족사진을 꺼낸다. 액자 속 사진은 관식, 애순, 그리고 동명이 함께 환히 웃고 있다. 그녀는 사진을 보며 웃는다. 그리고 곧, 참았던 눈물을 터뜨린다.
이 장면은 "기억은 웃으면서도 아픈 것"이라는 감정을 보여준다. 사진 속 그날은 정말 행복했지만, 지금은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 동네 사람들의 조용한 관심
시장에 간 애순에게 아주머니가 떡을 쥐여준다. "그냥… 혼자 있을까 봐." 애순은 고개를 숙이며 “고마워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떨리고, 눈빛은 흔들린다.
그 관심이 고마우면서도, 어딘가 불편한 감정이 스며든다. '잊으라는 기대'가 함께 담긴 듯한 말들이, 오히려 그녀를 더 무너지게 만든다.
🍽️ 조용한 식탁, 다시 시작된 대화
저녁 식탁에 마주 앉은 두 사람. 한참 동안 숟가락 소리만 들리다가, 애순이 말한다. “오늘, 당신 얼굴 보니까… 조금 덜 힘들었어.”
관식은 고개를 숙이다가, 조용히 말한다. “나도 그래. 밥 같이 먹는 게 이렇게 중요한 줄, 예전엔 몰랐어.”
짧은 대화지만, 이 장면은 ‘함께 있다는 것’의 위로를 보여준다. 말 없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일깨운다.
📌 명대사
- “오늘은… 눈물이 안 났네.”
-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
- “기억은 웃으면서도 아픈 거더라.”
- “당신 얼굴 보니까, 조금 덜 힘들었어.”
📍 총평
10화는 말보다 시선, 시선보다 침묵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고요하게 펼쳐진 하루 속에서 관객은 ‘시간이 흐른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누군가의 부재에 익숙해지는 걸 ‘회복’이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단지 ‘버티는 법’을 배운 것일지도 모른다. 눈물이 마르지 않아도, 웃지 않아도 괜찮다. 그렇게 하루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애쓴 것이니까.
"잊은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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